
다산 정약용의 은밀한 취미생활
어느 날 저녁, 다산 정약용의 방 안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책상 위에는 국화 화분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촛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고 싶다는, 친구 윤구범을 억지로 집으로 초대한 다산 정약용, 그는 방 한쪽의 가구를 모두 치우고는,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날 밤, 윤구범은 순간 긴장했을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국화와 촛불이면, 내 방이 극장
촛불을 국화 옆으로 가져가자, 하얀 벽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어둠이었지만, 곧 기묘한 무늬와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겹져진 꽃과 잎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았고, 그림자는 이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하지만 윤구범은 시큰둥하게 말했습니다.
"별로 기이할 것도 없군...."
다산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림자놀이를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그림자놀이가 절정에 이르자, 결국 윤구범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소리를 지르고 기뻐했다고 전해집니다.

조선 양반들의 취미, 꽃 그림자놀이
사실 다신의 이러한 취미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시대 양반들 사이에는 이미 [꽃 그림자놀이]가 유행처럼 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꽃 그림자놀이는 꽃에 등불이나 촛불을 비추고, 벽에 드리운 그림자를 감상하는 놀이였습니다. 단순히 꽃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빛을 매개로 새로운 풍경을 창조한 것이죠.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초봄이 되어 꽃이 피면 등불을 밝히고,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잎 그림자가 벽에 도장처럼 찍힌다. 아름다워 즐길 만하다."
선비들은 이 그림자놀이를 안주 삼아 시를 짓고,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즐겼습니다.

형조판서 신대용과 김안로의 매화 그림자 놀이
형조판서 신대용은 매화 화분 하나를 친구 김안로에게 선물했습니다. 김안로는 꽃을 앞에 두고, 술잔을 기울이다가 등불을 가져와 매화를 비추었습니다. 벽에는 매화 가지가 어른거리며 한 폭의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신대용은 김안로의 아들에게 " 저 그림자를 그려보거라"라고 이야기합니다. 꽃을 보고, 술을 마시고, 그림자를 감상하고, 이번에는 그림까지 잠겼으니 매화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모든 단계를 즐겼다고 할 수 있겠네요.
겨울에도 이 놀이는 이어집니다. 한강에서 얼음을 잘라, 속을 뚫고 불을 켠 뒤 그 빛으로 매화를 비추는 놀이였는데, 이를 빙등조매라고 하였습니다. 얼음 등불에 비친 매화는 현실의 매화보다 더욱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양반들을 즐겁게 합니다.
마치며
꽃 그림자놀이는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선, 빛과 그림자 그리고 보는 이의 상상력을 더하는 새로운 예술의 영역이었습니다. 낮에는 온전히 꽃을 감상하고, 밤에는 그림자를 즐기며, 때에 따라 그림까지 남기는, 이 모든 과정이 양반들의 풍류 있는 취미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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