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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조선시대 일상수집/조선시대 인물

전염병 지옥속에서 전설로 남은 조선시대 관리 [기건]

코로나19가 조금 수그러지는 듯했지만, 2차 확산이 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 걱정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앞선에서 많은 고생과 희생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비교적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참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전염병이 터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데, 조선시대는 어떠했을까요?

오늘은 조선시대 전염병과 그 속에서 영웅처럼 나타난 한 관리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김과장/ 남궁민

 

청렴의 상징 기건

기건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산 인물입니다.

이런 그의 청렴하고 우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기건이 연안 군수로 3년 정도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는 그곳에 지내는 3년 내내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생선도 먹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관아 사람들과 백성들은 그가 술도 못 마시고, 비린 것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3년이 지나 임기가 끝나게 되고, 송별연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건은 임기가 끝난 송별연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술을 마셨는데, 전혀 취하지 않은 것입니다.

네, 그는 사실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백성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지역의 특산물이나,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은 것이지요.

 

 

 

제주도에서 전염병의 영웅이 되다.

그는 세종 25년 제주 목사로 임명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제주도는 살기 힘든 동네였으며, 부모가 죽으면 제대로 장례를 치르는 대신 구덩이에 묻어 버렸고

전염병 환자가 생기면 바닷가에 데려다가 버릴 정도로 사는 것이 척박했습니다.

 

이런 곳에 갓 부임한 기건은 제주도 이곳저곳을 돌아보다가 바닷가로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바위 아래에서 괴로워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가까이 가보니 한센병 환자가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센병이란 조선시대에는 하늘이 내린 천벌로 여겨질 정도로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한센병]
말초신경과 피부에 병변을 일으키고 그 외에도 뼈, 근육, 안구, 고환 등 다양한 장기에 침투하여 조직을 변화시켜 증상을 유발하는데, 대표적인 증상으로 비강 점막 침범으로 코가 주저앉고, 홍채염과 각막염을 보입니다.
(이렇듯 피부가 괴사 되어 괴기스러운 얼굴을 하게 되어 더욱더 배척의 대상이 되었을 것 입니다.)

 

이 모습을 보게 된 기건은 즉시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1. 승려와 의생들을 시켜 죽은 사람들의 뼈를 거두어 묻어줍니다.

2. 한센병이 많이 발생한 세 마을에 환자들이 머물 장소를 만들고

그 이름을 '구질막'(병에서 구해 주는 천막)이라고 지었습니다.

3. 환자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고삼원이라는 약까지 주었습니다.

4.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그의 조치로 비록 14명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지만, 나머지 45명의 환자들을 나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센병의 유행은 끝이 났고, 이 사실을 조정에 보고하면서도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는 대신, 이 일에 참여한 승려들의군역을 면제해주고 의생들에게도 관직을 달라고 건의 하였습니다.

 

 

 

나라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기건

조선에서는 한센병에 걸린 가족을 잘 보살핀 사람들을 칭찬하고 장려하였습니다.

이 말을 바꿔 생각해보면, 나라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가족들이 알아서 돌보라는 말처럼 보입니다.

그나마 재산이 넉넉한 양반들은 한센병에 걸려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가난한 한센병 환자들은 가족에게 버려지며 여기저기 떠돌다 생을 마감했을 것입니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쉴 공간과 치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건 기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 입니다.

 

1415년 개성부 유수로 임명돼 제주도를 떠나게 되었는데, 병에 걸렸다 살아난 사람들이 모여들어 눈물을 흘리며 배웅을 하였다고 합니다.

기건은 이때에도 지역 백성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제주도에서는 3년간 전복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하네요.

 

 

 

실제 전설로 남아있는 관리 기건

제주도에서 떠나는 그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전설에 따르면, 기건이 제주도에서의 임기가 끝나 육지로 돌아가려는데 거센 폭풍이 일어나 배를 띄울수 없었습니다.

그때 기건이 꿈을 꾸게 되었는데, 무수한 사람들이 관청에 모여 기건 앞에 엎드려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그동안 기건이 수습하고 묻어준 뼈들의 혼백인데, 당신 덕분에 이제야 편하게 쉬게 됐으니, 감사를 전하면서 폭풍을 일으킨 나쁜 귀신들을 피해 무사히 배를 띄울수 있는 날을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나라를 발전시킨 세종대왕, 나라를 지킨 이순신 장군 등 엄청난 업적을 남기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기건이라는 인물이 조금 더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기건이라는 인물에 대해 기억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참고서적: 책 역병이 창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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