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미있는 조선시대 일상수집/조선시대 일상

조선시대에도 독립출판과 책대여점[세책점]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책을 주로 어떤 방법으로 보시나요?

저는 최근에는 [밀리의 서재]라는 어플을 통해 보거나, 어플에 없는 것, 혹은 좋았던 서적은 사서 보는 편입니다.

가끔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도 하구요.

제가 어릴 때는 한때 유행처럼 책 대여점이 생겨서, 소설이나 만화책을 빌려보기도 했었는데요.

이 빌려보는 책들에는 여러 가지 낙서와 찢겨나간 중요한 장면 등, 그 당시 빌려볼 때는 짜증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었던 이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책을 대여해주는 대여점이 있었다면 믿어지시나요?

(심지어 제가 위에 이야기한 짜증 났던 일들도 똑같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거기에 자신이 만든 책을 직접 사고팔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조선시대의 책 거래와 책을 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조선시대 책을 볼 수 있는 방법 세 가지.

책쾌를 통해 구입해 보는 방법과, 책 대여점에서 빌려보는 방법, 직접 책 제작자를 찾아가 구매하는 방법 이렇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이중 오늘은 책대여점에서 빌려보는 방법과 책제작자를 찾아가서 직접 구매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쾌에 관해서는 이야기할게 많아 오늘은 간략히 개요만 설명하고, 다음에 시간 날 때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1. 책쾌를 통해 책을 구입해 보는 방법

책쾌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전국을 돌며 책을 파는 서적중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구입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구해서 가져다주는 등의 역할도 했었죠.

그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조신선'인데요. 이 조신선과 책쾌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 필사한 책을 빌려주는 대여점, [세책점]

조선시대 책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긴 게 바로 책 대여점인[세책점]입니다.

아래의 박종화 님의 월탄회고록에 적힌 글만 보더라도 세책점이 얼마나 유행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책점이 한 군데 생겼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지면 다투어가며 돈을 주고 책을 빌려다 보았다."

-박종화 [월탄회고록]-

 

 

세책이란 전문 필사자가 필사한 책을 돈을 받고 빌려주는 상업적인 도서 유통방식을 말합니다.

소설이 주였으며 중국 소설의 한글 번역본은 물론이고 [홍길동전], [춘향전]등 국내 창작 한글소설을 취급하였습니다.

특히나 여성 독자들이 이 세책점의 열혈 고객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열혈 여성 독자들에 대한 문제점을 비난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근래 부녀자들이 경쟁하는 것 중 소설이 있는데...

비녀나 팔찌를 팔거나 빛을 내면서까지 싸우듯 빌려가 그것으로 긴 해를 보냈다.

-체재공 서문[여사서]-

 

 

 

어릴 적 혹은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보신 분들은 책에 쓰여있는 낙서 혹은 파손된 부분들을

심심찮게 보실 수 있으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도 분명 같은 문제가 있었을 텐데요.

과연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요?

 

[세책점의 책은 여러 사람들이 돌려봐야 했기 때문에 기존의 책을 만들던 방식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1. 책 표지는 삼베로 싸서 최대한 두껍게 만들었습니다.
2. 책장은 들기름을 발라 빳빳하게 만들었습니다.
3. 책장 넘기는 부분은 글자를 쓰지 않아서 지워지는 부분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4. 한 권당 30장 내외로 하되, 각장의 위쪽에 숫자를 표기해 훼손 부위 확인을 쉽도록 하였습니다.
5. 책의 마지막 장에 부탁의 말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책의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작부터 나름의 노력을 했죠.

그럼에도 책의 파손과 낙서는 피할 수가 없었고, 낙서가 요즈음 웹툰의 댓글처럼 책을 만드는 사람과 책을 빌려 본 사람들의 소통의 장처럼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조금은 과격한 요즘으로 따지면 악플들도 많이 있으니, 감상에 주의해주세요.^^

 

"이 책의 주인 보소. 이 책에 낙서가 많으니 다시 보수하여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어미를 종로 네거리에 갖다 놓고..."

[금령전의 독자]

 

 

"책 주인 들어보소. 이 책이 단권인 책을 네 권으로 만들고, 남의 재물만 탐하니 그런 잡놈이 또 어디 있느냐?"

[김홍전의 독자]

 

 

"이 책을 세놓는 사람은 망하고 빌어먹고 보는 사람은 죽고 남지 못하라."

[구운몽의 독자]

 

 

책에는 이러한 인격모독성 글들 외에 더욱 심한 욕설도 많았으며, 심지어 성기를 노골적으로 그린 음화도 종종 있었다고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은 존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하게도 인기 책일수록 그 낙서도 훼손도 심했다고 하네요.

 

이런 고충은 세책점 주인의 이야기에서 잘 드러납니다.

 

"말이 비록 허무맹랑하나 또한 장난으로 보기에는 우스운 말이 많으니, 착실히 보시고 부디 낙장은 마옵소서"

 

"이 세책 보는 사람은 곱게 보고 책에다 칙칙하게 글씨를 쓰지 마시고

그 무식하게 욕설을 기록하지 마시기를 천만번 바랍니다."

 

"이 책에다가 욕설을 쓰거나 잡설을 쓰는 폐단이 있으면 벌금을 낼 것이니, 이후로 깨끗이 보시고 보내주소서"

-세책점 주인의 말-

 

 

 

 

 

 

3. 책 구매자와 제작자의 개인의 직거래 

세책점 이후 필사만으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될 정도가 되자, 민간에서 목판으로 찍어 판매하는 책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를 '방각본'이라고 하는데요.

 

1576년에 찍은 '고사촬요'란 책은 하한수라는 사람이 판에 새긴 것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을 사고 싶으면, 수포교 아래 북쪽 수문 입구에 있는 하한수의 집으로 찾아오시오"

 

 

이것은 조선시대 민간인의 집에서 책을 판매했다고 기록된 최초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책 제작자와 책 구매자의 최초의 직거래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이외에도 소설이 인기가 생기자 소설책을 돈을 받고 읽어주는 [전기수]도 생겨났습니다.

오늘날의 서점과 비슷한 형태의 서점이 생긴 건 조선 말기에 들어서서입니다.

외국의 신식 인쇄기를 들여오면서 전문적인 출판사가 생겨났습니다.

또한 소학교가 곳곳에 생기면서 교과서를 판매할 서점이 필요했고, 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이 문을 열게 됩니다.

이런 변화에 세책은 쇠락의 길을 가게 되었고, 20세기 초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오늘은 조선시대의 책 대여점과 책 판매에 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네이버 지색백과[EBS 지식영상]

              책 조선의 베스트셀러

            

 


2020/07/23 - [소소한 역사공부/조선시대 일상] - 조선시대 동전던지기로 결정된 수도 한양

2020/07/08 - [소소한 역사공부/조선시대 일상] - 조선시대 실제 벌어진 [친자확인 소송]과 [친자확인 검사]

2020/07/01 - [소소한 역사공부/조선시대 일상] - 연쇄살인죄로 섬으로 유배간 조선시대 코끼리 이야기

2020/06/01 - [소소한 역사공부/조선시대 일상] - 남성도 가능했던 조선시대의 육아휴직[세종대왕의 복지]

2020/03/04 - [소소한 역사공부/그림으로 보는 역사이야기] - 세종대왕과 그의 곤룡포를 입은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