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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조선시대 일상수집/조선시대 일상

조선시대 임금의 파파라치 [사관]

오늘날 연예인들의 사생활 보호 논란은 꽤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몰래 사랑을 하거나 여행을 갈 때, 어디에서 알고 나타났는지 그들을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며

그들의 모든것을 기록하고 공개하는 파파라치들 때문에 연예인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한 연애인은 호감을 가지고 만나는 단계에서 파파라치들 때문에 스캔들이 터져, 결국 썸에서 끝났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리곤 합니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파파라치 못지않게 임금을 스토킹 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의 스토킹은 합법적이었죠.

 

오늘은 조선시대 임금의 파파라치 사관에 대해 공부해볼까 합니다.

 

 

조선시대 사관/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중 

 

사관과 사초

조선시대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임금 옆에 앉아 임금과 신하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사관이고 사관들은 매일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야 했고, 이 기록물들을 사초라고 불렀습니다.

 

사관의 일은 국왕과 신하들의 언행 외에도 당시 정치나 행정에 관한 일의 득실과 관원의 잘잘못 등을 보고 들은 대로 기록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물론 이들이 적은 글들은 관리들은 물론이고 임금도 볼수가 없었죠.

임금이 죽고 실록을 편찬하게 될때 사관은 일정 기한 내에 사초를 춘추관에 납부를 하게 됩니다.

이때 정해진 기간 안에 사초를 내지 않으면 해당 사관의 자손을 관리로 등용하지 않는 등의 불이익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초 

 

사관 민인생과 임금 태종의 파워게임

임금의 모든 언행을 따라다니며 기록하는 사관의 행동이 임금으로서는 달갑지 않았을 겁니다.

임금도 사람인지라 후대에 자신이 어떻게 기록될지 항상 두려워했을것 이고, 그 결과 사초를 보려고 시도한 임금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입니다.

 

태조 4년 6월 

임금이 당나라 태종의 고사에 따라 즉위 이래의 사초를 보려고 하였으나 신하들의 반대에 막혀 보지 못하였습니다.

3년 후 태조 7년 5월에도 또 한 번 시도하였으나, 역시나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태종은 더욱더 사관을 꺼리게 되었으며, 학문이나 기술을 강론 연마하는 경연에 사관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사관의 참석을 불허한 적도 있었습니다.

 

태조 이후 더욱더 강력하게 사관을 멀리하려 했던 임금이 바로 태종입니다.

사관(민인생)은 경연은 물론이고 임금이 쉬는 공간까지 찾아와 임금의 모든 것을 적으려 했고, 태종은 이것을 막으려 합니다.

이후에도 사관 민인생과 임금 태종의 파워게임은 계속되었는데, 그중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해보겠습니다.

 

태종은 당시 파문 하부사 조준과 좌정승 이거이, 우정승 하윤 등과 함께 들에서 잔치를 하며, 무신 10여 명을 거느리고 강 연안에서 사냥을 하였습니다.

이때 태종은 자유롭게 노는 자리였던 만큼, 사관의 출입을 금하였습니다.

하지만 민인생은 특유의 사관 정신으로 얼굴을 가리고 태종의 뒤를 따라다니며 임금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종은 크게 분노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경연 때는 병풍 뒤에 숨어 기록하고, 잔치에도 몰래 숨어들어 기록하고 그야말로 임금 바라기였으며, 스토커였죠.

이런 그의 강직한 직업의식은 결국 태종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결국 출셋길이 막히게 됩니다.

그는 태조 2년 식년 문과에 급제하면서 사관이라는 요직에 발탁되어 전도가 양양했으나, 결국 임금의 미움을 받아, 지방의 현령이나 한성부의 판관 등 한직을 전전하다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가 진짜 귀양을 가게 된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전도유망한 젊은 관리가 지방으로 돌다 생을 마쳤으니 충분히 의심이 가는 부분이죠.

 

 

오늘은 조선시대 임금의 파파라치인 사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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