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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역사 공부/지켜야할 문화재

조선시대 맛집리뷰 노트 [도문대작]과 허균

[조선시대 맛집 리뷰어 허균과 그의 저서 도문대작]

 

최근 집에 있을 때는 음식을 주로 시켜 먹을 때가 많은데, 이때 가장 고심하고 유심히 보는 것이 

별점과 리뷰입니다. 

리뷰가 많은 순으로 정렬을하고,마음에 드는 음식점이 보이면, 리뷰 내용을 꼼꼼히 보면서 맛집을 선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리뷰 덕분에 이상한 음식점이나, 맛이 너무 없는 집을 거를수 있으니, 참 괜찮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시대에도 이 맛집 리뷰와 비슷한 전국 맛집노트가 있었으니, 바로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도문대작]입니다.

 

오늘은 이 [도문대작]에 관해 공부해 봤습니다.

 

 

 

 

 

 

드라마 화정/ 허균

 

[조선시대 맛집 리뷰를 한 허균은 어떤 사람일까?]

도문대작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 이 책을 쓴 허균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허균은 조선시대 금수저 집안의 아들이었습니다.

명종말과 선조 초에 정권을 잡은 사림파가, 선조 8년 동안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지게 되었는데

이때 허균의 아버지 허엽이 동인의 영수가 되었죠.

부친뿐 아니라 허균의 큰형과 작은형도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 그야말로 로열패밀리였던 것 이죠.

 

이런 든든한 배경속에서 허균의 어린시절에는 칭념

(선물이나 뇌물 같은 것으로 자신을 잊지 말고 잘 봐달라는 부탁)

으로 보내온 제철 음식이 끊이지 않고 들어왔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도문대작의 서문에도 기록이 되어 있는데요.

 

 

"우리 집은 비록 가난했지만 선친이 살아 계실 때는 사방에서 별미 음식을

예물로 보내는 이가 많아서

어린 시절 진귀한 음식을 두루 먹어보았다."

 

 

 

 

 

거기에 허균은 결혼도 잘해서, 고려 때부터 명문가였던 안동 김씨 집안과 결혼하게 됩니다.

 

"자라서는 부잣집에 장가가서 땅과 바다에서 나는 온갖 음식을 다 맛보았다"

 

라는 말처럼, 그는 미식가로서 자질을 키울수 있는 최적의 상태에서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허균의 인생은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부정입학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며 유배를 가게 되었는데, 이때 제작된것이 바로 [도문대작]이었습니다.

허균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만 하고 나중에 따로  공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도문대작/허균

 

[조선시대 맛집 리뷰노트 도문대작의 탄생]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미식가인 허균은 부정입학 의혹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죠.

유배지에 와보니 당연하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깔겨조차 부족했고 방상위의 반찬이라곤 썩어 문드러진 뱀장어나 비린 생선에 쇠비름과 미나리뿐이었다.

그나마 하루에 간신히 두끼를 먹다 보니 종일 배가 고팠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먹방 유튜브를 보듯, 허균은 이때부터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먹었던 다양한 음식들을 종류대로

나열하고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글의 제목을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시다"라는 뜻의 [도문대작]으로 붙입니다.

(내용을 좀 더 쉽게 풀자면  현재 먹을 수 없는 고기를 생각하며 "푸줏간 문을 향해 입맛을 다신다"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허균은 [도문대작]의 서문을 1611년 음력 4월 21일 유배지인 전라도 함열현(지금의 익산시 함라면)의 초가에서 썼습니다.

 

 

 

 

 

 

 

 

허균 초상화

 

[요리백과사전으로 손색이 없는 도문대작]

허균은 조선 팔도 곳곳의 맛있는 식재료와 음식을 소개하면서, 맛과 향에 대한 품평과 함께 먹었던 장소나

요리법, 추가로 해당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까지 기록하였습니다.

 

 

도문대작은 오늘날의 백과사전처럼 내용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크게 5가지 순서로 진행되는데 

 

병이지류(떡 종류)

과실지류(과일 종류)

비주지류(새와 짐승 종류)

해수족지류(수산물 종류)

소채지류(채소 종류)

의 순서로 식재료나 음식의 이림을 항목으로 삼고 내용을 적습니다.

간단히 각 목록에 들어가는 몇 가지 음식과 적혀 있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병이지류

배, 귤, 감, 대추, 앵두, 자두, 복숭아, 포두, 수박, 참외, 모과 등 28가지 과일 

먼저 과일의 이름을 밝히고 맛이 좋은 생산지를 적어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상주에서 나는 밤은 작지만 껍질이 저절로 벗겨져서 속칭 '겉밤'이라 하고 

밀양에서 나는 밤은 크고 맛이 가장 좋으며, 지리산에서도 주먹만 한 큰 밤이 난다."

-도문대작 병이 지류 중 [밤]에 관한 리뷰-

 

 

"금귤은 맛이 시고, 감귤은 금귤보다 조금 크고 달며, 청귤은 껍질이 푸르고 달며 

유감은 귤의 일종인 감자보다 작지만 매우 달다."

-도문대작 병이 지류 중 [제주 귤]에 관한 리뷰-

 

 

요즈음 우리가 블로그에 맛집 리뷰와 추천을 하듯, 어떤 지방에 밤이 맛있는지, 또한 다양한 귤들의 특징과 

맛을 비교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지 않으신가요?

 

 

비주지류

웅장(곰발바닥), 표태(표범의 태), 녹설(사슴의 혀), 녹미(사슴의 꼬리) 왕실에 진상되던 귀한 식재료까지

정리돼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또한  웅장 요리의 경우 지금도 맛을 내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허균은 이런 고충을 글로 남겨놓았습니다. 

 

 

 

"요리를 잘하지 않으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회양(북한의 강원도 회양 군)의 것이 가장 좋고

의주와 희천(형안 북도 희천 군)이 그다음이다."

-웅장(곰발바닥) 요리/도문대작-

 

이 비주지류에는 6가지 고기만 적혀 있는데, 그 이유는 당시 널리 식용되던

돼지, 노루, 꿩, 닭 등은 어느 곳에나 있기 때문에 적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미식가 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수족지류

이곳에서는 민물과 바닷물을 가리지 않고 46가지의 수산물을 다뤘는데, 청어에 관한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청어는 네 곳에서 어획되는데, 지역마다 청어의 생김새와 맛이 다르다.

또한 옛날에는 매우 흔했으나...... 지금은 전혀 잡히지 않으니 괴이하다."

-청어 /도문대작-

 

최근 연구에 따르면 16세기 말에 시작된 소빙기의 영향으로, 당시 허균이 적었던 것처럼 청어가 사라졌었다고 하네요.

이런 기록들이 최근의 연구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소채지류

황화채, 순채, 무, 거 요목 등의 명산지와 맛에 대해 썼는데, 여기에도 고사리, 아욱, 콩잎, 미나리 등

대중적으로 많이 먹고 있는 음식에 관해서는 "어디 것이든 모두 맛이 좋아서 별도로 적지 않았다"라고 하네요.

 

 


 

 

 

 

 

 

웹툰 도문대작/유승진

 

[허균의 쓸쓸한 최후와 후세로 전해진 도문대작]

도문대작에는 동해, 남해, 황해를 비롯하여 조선 팔도에서 빠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지역의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허균은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도문대작의 서문에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벼슬한 뒤로는 남북으로 임지를 옮겨 다니며 이런저런 음식을 대접받았다.

이쯤 되니 우리나라에서 나는 음식이라면 고기며 나물이며 먹어보지 않은 게 없다."

-도문대작 서문-

 

 

허균은 유배지인 전라도 함열현에서 1611년 음력 4월 23일[도문대작]이 포함된 성소 부부고 64권을 모두 엮었습니다.

그해 11월에 유배지에서 풀려났지만, 1617년 음력 10월부터 역모 혐의를 받던 허균은 결국 1618년 8월 24일

서소문 밖 저잣거리에서 능지처참을 당하며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는 옥에 갇히기 전에 사위인 이사성 에게 [성소부부고]의 초고와 그 외 다른 원고들을 전하게 되었고,

거기에 포함되어 있던 도문대작은 그렇게 우리에게 전해 내려 오게 됩니다.

 

 

조선시대의 미식가였던 허균이 쓴 도문대작, 요즘으로 생각해도 꽤나 괜찮은 리뷰로 보여지지 않나요?

특히나 인터넷도 없던 시절 오직 본인의 기억과 경험에 의존에서 이런 대단한 책을 썼다는 게 놀랍네요.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간단하게 도문대작에 대해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유튜브 영상을 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도문대작

 

 

 

 

마지막으로 도문대작에 관한 재미있는 만화가 있어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에 허균이 능지처참을 당해 생을 마감했다고 했는데요. 이 만화는 능지처참 대신 팽형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가려고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지만, 도문대작이라는 제목처럼 기본적으로는 요리만화에 가깝습니다.

저도 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재미있는 것 같아 추천해봅니다.

다 읽으면 나중에 리뷰도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도문대작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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