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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조선시대 일상수집/한국의 판타지 이야기

조선시대 요괴 흰여우 이야기(feat.전우치)

 

여러분은 조선시대 혹은 우리나라의 요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어떤 게 있으신가요?

저는 구미호 혹은 도깨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들은 대부분 드라마 혹은 영화의 단골 소재로 활용되어 왔었죠.

특히나 구미호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의 기록들을 찾아보면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괴물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곽재식 작가님은 구미호의 이야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 

20세기에 들어서며 라고 합니다.

중국과 일본은 구미호 이야기가 이전부터 널리 퍼져 있고 뿌리가 깊은 편이라, 이 두나라와의 교류가 한창

늘어나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부터 한국에도 구미호의 이야기가 유행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는 것 이죠.

 

이렇듯 구미호의 이야기가 비교적 최곤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면,이와는 반대로  오랫동안 꾸준히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흰여우가 그 주인공인데요, 오늘은 이 신비롭고 재미있는 흰여우에 관해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조선시대 흰여우 이야기 

흰여우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

고구려 차대왕의 죽음과 흰 여우 

148년 7월 고구려의 차대왕 시절 흰여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차대왕은 평유원이라는 곳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흰 여우가 따라오며 울었다고 합니다.

이에 임금은 흰여우를 활로 쏘았지만 맞히지 못했고, 흰 여우는 도망을 가게 됩니다.

임금은 사무(고구려의 토착 종교나 주술 관련 일을 담당한 관직)에게 이것이 무슨 일인지 묻게 됩니다.

이에 시무는 이렇게 답합니다.

 

"본래 흰 여우라는 것은 불길한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일은 하늘이 미래의 징조를 미리 성상께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니 이는 오히려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대비할 기회가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좋은 일로 여기시고 나라와 궁실을 바르게 이끄시면 기쁜 일이 될 것입니다."

 

 

이에 임금은 크게 노하며 "길하면 길한 것이고 흉하면 흉한 것이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것은

나에게 거짓말하는 것이다."라며 사무를 처형해버렸다고 합니다. 

결국 흰여우가 나타난 뒤 사무는 처형을 당했고, 얼마 안 가 차대왕 마저 반란군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백제 멸망 시기에 나타난 흰 여우 

또한 백제 멸망 무렵에도 다양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는데, 그중 하나가 흰여우의 출몰이었습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이때 나타난 여우 중 한 마리가 흰색이었는데, 이 여우는 좌평의 책상에 걸터앉았다고 합니다.

(좌평은 정승에 해당하는 백제의 높은 관직에 있는 관리) 

이를 통해 흰여우는 경계가 삼엄한 궁궐에도 쉽게 침입할 수 있을 만큼 신묘한 능력을 가진 동물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흰여우는 신묘한 능력과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는 동물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영화 도사 전우치 

 

도사 전우치와 흰여우의 악연

흰여우 이야기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점점 많아지고, 그 가죽이 실제로 유통되었다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면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숙해집니다.

성종시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는 함경도 지역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싸우던 중에 조선군 지휘관들이

여진족 계통의 이민족에게 선물로 초서 피(담비 가죽)와 백 호피(흰여우 가죽)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8세기의 실학자 이덕무의 <한중당섭필>을 보면 전우치가 신기한 요술을 부리는 법을 터득하기 전 평범하게

글공부하던 청년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때 흰여우와 만났던 기록이 나옵니다. 

 

 

 

 

 

 

전우치가 한 사찰에 머물며 공부를 하던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사찰에서 한 승려가 담가 두었던 술이 없어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당연히 새로온 전우치가

범인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에 전우치는 억울하다면서 술을 한 번 더 담그면 자신이 지키고 있다가, 진짜 범인을 잡겠다고 제안을 하게 됩니다.

이를 받아들인 승려는 술을 다시 담그면서 전우치에게 누명을 씻을 기회를 줍니다.

 

밤이 깊어지자 흰 무지개 같은 기운이 창문 틈으로 들어와 술 항아리에 비치더니, 곧 술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몰래 숨어 지켜보던 전우치는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흰 무지개 같은 기운을 살금살금 따라갔고

그 끝에서 술에 취해 큰 바위에 기대 졸고 있는 흰여우를 발견하게 됩니다. 

흰 여우가 이상한 술법을 사용하여, 흰 무지개 같은 기운을 뿜어대며 술을 몰래 훔쳐 마셨던 것이었죠.

화가 난 전우치는 술에 취해 정신 못 차리는 흰여우의 입과 네 다리를 묶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정신을 차린 흰여우는 자신을 놓아달라고 사정을 하게 됩니다.

 

"나를 제발 놓아주시오. 그러면 당신에게 은혜를 몇 배로 갚겠소."

 

아무리 사정을 해도 전우치가 믿지 못하겠다며 풀어주지 않자, 흰여우는 자신이 숨겨놓은 비서를 한 권

주겠다고 제안을 하게 됩니다.

이에 넘어간 전우치는 흰여우를 풀어주고 바위틈에 끼어 있던 책 한 권을 받게 됩니다.

이 책에는 사람을 속이는 온갖 다양하고 신묘한 요술이 적혀 있었는데, 정리 또한 잘되어 있어 비교적 간단히

익히기 쉬운 요술에는 점을 찍어 구분을 해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 도사 전우치

이때 갑자기 전우치의 집 종이 달려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합니다.

이에 놀란 전우치는 책을 떨어뜨린지도 모르고, 황급히 종을 따라 달려가게 됩니다.

한참을 달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종은 보이지 않았고, 결국 흰여우가 요술을 부려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돌아와 보니, 책도 흰여우도 모두 사라진 후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전우치는 점이 찍힌 요술 몇 가지를 기억하고 있었고, 이 요술을 익히고 사람들을 속여 그야말로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던 것이죠.

흰여우가 숨겨놓은 책의 일부 중 가장 쉬운 것만으로도 이렇게 신통방통한 요술을 부릴 수 있었는데,

그 책을 온전히 받았다면 어떠했을지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오늘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흰여우에 관한 이야기를 공부해봤는데요.

흰여우의 능력이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다양한 판타지 웹툰 혹은 영화 드라마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이번 시간을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곽재식 지음]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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