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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조선시대 일상수집/조선시대 일상

목숨과 맞바꿔 먹었던 조선시대 별미요리[복어]

조선시대 음식탐방 복어요리(하돈)

 

복어 좋아하시나요?

저는 통영에 놀러갔을 당시 복지리를 먹었는데, 그 맛을 있을 수 없어 생각날 때마다

종종 먹곤 하는데요. 

조선시대에도 이 맛있는 복요리를 먹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복요리 하면 복의 독성 때문에 죽은 사람들에 관한 뉴스가 생각나곤 하는데요.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복요리를 먹을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조선시대 복어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드라마/아랑사또전

 

[하돈이라 불렸던 조선의 복어]

 

조선시대 기록에 복어는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1452년 음력 5월 14일 [조선왕조 실록의 기록]

 

"아버지(세종)께서 일찍이 몸이 편안하지 못하므로 임금이 친히 '복어'

를 베어서 올리니 세종이 맛보게 되었으므로

임금이 기뻐하여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다."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복어가 아닌, 오늘날의 전복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 복어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었거든요.

바로 [하돈]이 복어의 조선시대 이름이었습니다.

 

 

하돈을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물에 사는 돼지"

 

라는 뜻입니다. 

 

 

복어는 적의 위협을 받으면 물을 빨아들여 몸을 부풀리고, 소리를 내며 방어 태세를 취합니다.

이때 복어는 이빨을 갈면서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마치 돼지가 울부짖는 듯하다고 해서

"강의 돼지"라는 뜻으로 '하돈'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어국을 하돈갱 또는 하돈탕이라고 하였죠.

(이전에 소개했던 조선시대 배달음식인 효종갱이 생각나기도 하네요.ㅎㅎ)

 

 

 

조선시대에도 배달음식이 있었다고?[효종갱과 냉면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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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는 난소를 비롯 하여 간, 장, 피부에 '테스로도톡신'이라는 독이 있는데, 이독은 청산가리의

1300배에 이를 정도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어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을 만들어내지만. 독을 제거하지 않고 복어를 먹은 사람은

입술 주위나 혀끝이 마비되면서 손끝이 저리고 구토를 한 뒤, 몸 전체가 경직되어 결국 호흡 곤란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요.

특히나 산란을 앞둔 암컷의 독은 아주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치명적인 독이 있는 복어를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먹었을까요?

 

 

 

 

 

 

 

 [18세기의맛 2회] /복어요리 

[조선시대 복어의 독을 제거하는 방법과 요리법]

유중림은 <증보산림경제>의 <치선>에서 복국 요리법을 자세하게 적어놓았는데요.

 

 

"복어를 가져다가 배를 가르면 얼기설기 핏줄이 보인다.

날카로운 칼로 깎아 버려 조금도 남기지 않는다.

또 등뼈 사이 피를 세세하게 제거하되 고기 살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지 마라.

백반 작은 것 한 덩어리를 솥에 넣고, 기름을 많이 붓고

미나리와 소루쟁이를 넣고 장과 물로 싱겁게

간을 맞추어라..... 약한 불에 한두 시간 끓여서 먹는다"

 

 

 

이제 복어의 요리법은 알았으니 독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민간에서 복어 독을 해독하는 방법을 적어 놓은 것이 있는데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쪽즙을 먹이거나 진피(개암나무 껍질)를 달여 먹인다.

괴화(회화나무의 꽃) 가루 세전을 새로 길어 온 물에 타 먹이거나 달여 먹인다.

또는 자하 해(곤쟁이젓)이나 생자하(생곤쟁이)를 먹인다고 했다."

 

 

앞서 소개해드린 유중림 역시 "곤쟁이젓이 복어의 독을 푸는 데 좋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복어의 맛에 매혹된 사람들]

조선 초의 무인 서거정

그는 복어가 한강에 올라왔다는 말을 듣고는 이런 시를 읊조렸다고 합니다. 

 

"한강가에 3월이 되니, 가랑비에 복사꽃에 파란 물결 가득 차네

바야흐로 하돈 맛이 좋을 때이건만, 조각배로 돌아가기에는 안타깝게도 너무 늦었네"

 

 

 

위에 소개해드렸던 유중림은 복국을 이렇게 평합니다.

 

"이 탕은 비록 식는다 해도 비린 맛이 없어, 더욱 기이하다."

또한 "단지 복어의 하얀 살코기만 납작하게 썰어 참기름에 볶아 익히고 꺼내어

탕을 만들면, 만에 하나라도 잘못이 없으며, 그 맛이 매우 좋다"

 

라고 했습니다. 복어 자체가 맛있으니 실패할 확률이 아예 없다는 이야기죠.

 

 

 

조선 후기의 문인 서영보

<사월 초에 복어를 구할 수 없어서 매우 서운한 마음에 소동파의 시에 차운하여 시를 지었다>

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습니다.

 

"복사꽃 가지마다 가득 피어

미나리 잎과 참깨 맛있는 줄 아는데

복어의 계절 또 보내 버리니 서운하네

웅어로 바꿔서 이때를 지켜야겠네."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중 한 사람인 월사 이정귀

 

"봄날의 시냇물 풀리고 부들 싹 짧으니

하동이 벌써 여울을 거슬러 왔다 하내

낚싯대 하나 들고 강가로 가고 싶지만

밤에 가랑비 내리니 봄추위 겁나네."

 

이 시는 복어가 올라올 때가 되었으니 잡아서 같이 먹고 싶다는 뜻을 지인인

성복에게 써준 내용이라고 합니다. 

어떠신가요? 요즘 재미있는 맛집 리뷰들이 많은데, 그것과 비교해봐도 손색없는 리뷰인것 같습니다.

 

 

또한 이전에 소개해드렸던 도문대작의 저자 허균은

"한강에서 나는 것이 맛이 가장 좋다"라고 하며 어디서 먹는게 좋은지도 추천해 주었죠.

이렇듯 사랑을 받았던 복요리지만, 그에 반대하는 인물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복어의 독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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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복어의 위험을 지적한 이덕무와 복어때문에 죽은 사람들]

허균은 복요리를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이 많이 죽는다"라고 적었기도 했고

실제 실록에 그 피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성종 24년(1493년) 4월 

관찰사 이계남이 조정에 보고한 '어촌 집단 사망'에 관한 내용인데요.

웅천(지금의 진해)에 사는 공약명 등 24명이 굴과 생미역을 먹고 죽었다. 며

"해물 채취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보고를 합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이것을 굴과 생미역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사람이 굴과 생미역을 먹고 죽는 일이 없다.

반드시 복어를 먹었을 것이다.

왜 굴과 미역을 먹고 사람이 죽었을까?

그것은 복어가 굴에 알을 낳기 때문에 이걸 먹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해물 채취를 금할 수는 없다."

 

고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또한 숙종 때 영의정이었던 최석정도 복어를 먹고 죽다가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남구만이 먹을 만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복어를 먹었냐며, 복어 먹은 것을 탓하는

내용이 [조선왕조 실록 숙종 35년 1709년 2월 21일]에 잘 나와 있습니다.

 

이런 피해를 잘 알고 있던 이덕무는 특히나 복요리 먹는 것을 결사반대하였는데요.

요리법과 민간의 해독법까지 소개했던 유중림 역시 

 

"피와 알에 무서운 독이 들어 있는데, 잘못 먹으면 반드시 사람을 죽게 한다.

사람들이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때의 별미를 탐하여 종종 그 독에 빠지기도 하니

참으로 슬프도다"

 

라고 하며 복어 먹는 것에는 조금 회의적이었습니다.

 

 

이덕무는 이런 한시를 지어 복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립니다.

 

"하돈에 미혹된 자들은 맛이 유별나다고 떠벌린다.

비린내가 솥에 가득하므로, 후춧가루 타고 또 기름을 치네

고기로는 쇠고기도 저리 가라 하고, 생선으로는 방어도 비할 데가 없다네

남들은 보기만 하면 좋아하나, 나만은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서네

아! 세상 사람들아 목구멍에 뉴낸다고 기뻐하지 말라, 으스스 소림 끼쳐 이보다 큰

화가 없고 벌벌 떨려해 끼칠까 걱정되네.!

 

또한 조선 중기의 무인 이민구는 

<이웃집 아이가 복어를 먹고 갑자기 죽었다>는 시를 지어 복어의 독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하지만 그 이후에도 복어를 먹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계속 나왔고, 죽기 전에 복어를 꼭

한 번이라도 먹어 보고 싶다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조선시대 위험천만했던 별미인 복어 요리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참고:책 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 탐닉

      책 조선의 미식가들 

 

함께 보시면 좋을것 같아, 복어와 관련된 영상을 가지고 왔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번 보셔도 좋을것 같네요.

 

youtu.be/JrxFwCwk8x0?t=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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