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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조선시대 일상수집/조선시대 일상

조선시대 명품 배우 전기수[소설 읽어주는 남자]

18세기에 들어오면서 조선에는 소설 열풍이 일어나게 됩니다.

덕분에 책을 대여해주는 세책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세책점은 장편 소설을 여러 권으로 나눠

제작을 하면서, 큰 이윤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다음권이 너무 궁금한 여인들은 비녀와 반지를 담보로 맡기면서 까지 소설을 빌려 읽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에는 책값이 비쌌기 때문인데요, 이런 현실에 맞춰 등장한 직업이 바로

소설 읽어주는 남자 전기수입니다. 

 

오늘은 이 전기수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조선시대/전기수 

명품 배우 전기수 

전기수는 소설에 등장하는 배역에 따라 다양한 인물을 억양과 몸짓으로 연기를 하며,

조선시대 청중들을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죠.

연기를 얼마나 실감 나게 했는지, 정조시대에는 살인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 사건은 훗날 종로 담배가게 살인사건으로 불리게 됩니다.

 

전기수가 [임경업전]을 낭독하기 시작했고, 이야기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간신 김자점이 누명을 씌워 임경업 장군을 죽이는 대목이 나왔고, 이 김자점의 연기를 전기수가 엄청나게

실감 나게 연기를 했나봅니다. 

여기저기서 원망과 한탄의 소리가 나오던 그때, 한 청중이 칼을 들고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 나옵니다.

"네가 김자점 이렸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당황한 전기수는 아무것도 못하고, 달려 나온 청중의 칼에 숨을 거두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프로페셔널했던 자신의  연기 때문에  죽음을 당하게 된 것이죠.

 

 

 

 

 

전기수의 돈벌이와 다양한 활동 

전기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저잣거리에 좌판을 깔고 소설책을 낭독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빈 공간이었던 그곳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며, 어느새 큰 공연장처럼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죠.

공연은 어느 누구나 볼 수 있게 무료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실감 나는 공연을 매일 무료로 진행을 하면 전기수는 어떻게 밥을 벌어먹고 살까요?

 

조수삼의 [추재집]에 전기수의 돈벌이 수단인 '요전법'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어 소개해보겠습니다.

요전법의 핵심은 침묵에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심청과 심봉사가 클라이맥스에서 재회를 할 때, 이몽룡과 춘향이 옷고름을 풀기 직전 과 같이

다음 장면이 너무도 궁금해지는 그 순간, 전기수는 침묵을 합니다. 

 

다음 단계가 너무도 궁금한 청중들은 앞다투어 돈을 던지기 시작하는데요.

비용이 어느 정도 쌓였다 싶으면 다음 이야기로 진행을 합니다. 

오늘날로 치면 유튜브 후원, 혹은 아프리카 티비의 별풍선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이렇게 거리공연을 주로 하는 전기수와는 반대로 일정 금액을 받으며 부유층만을 상대한 전기 수도 있었습니다. 

전기수 김호주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부유한 집안만 돌아다니며 낭독을 했으며,

솜씨가 너무나도 좋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그는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또한 부녀자들을 상대로 공연을 했던 전기수 도 있었습니다.

영조 때의 무관 구수훈이 지은 [이순록] 속의 전기수는 용모가 아주 고왔다고 합니다.

거기에 한번 들으면 다시 찾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낭독 솜씨까지, 덕분에 그는 대감집 안방마님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게 되었는데요.

일약 스타가 된 그는 이 인기에 힘입어 여장을 하고 양반집을 들락거리며, 안방마님 여럿과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했다가 포도대장 장붕익에게 체포되며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기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날의 연기자, 유튜버, 방송인, 팟캐스트를 아우르는 종합예술인이 전기수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타임슬립이 가능하다면, 조선시대로 돌아가 전기수가 연기하는 소설을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세책점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이야기를

읽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2020/08/10 - [재미있는 역사공부/조선시대 일상] - 조선시대에도 독립출판과 책대여점[세책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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